박경랑 선생의 교방소반춤은 처음 접하는 춤이라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머리 위에 올린 소반과 접시, 그리고 컵이 실제인지 무대용 소품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컵 속에 담긴 액체가 무희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 궁금증은 곧 조마조마한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관객의 시선을 무희에게 집중시키는 데에는 분명 성공한 공연이었다. 다만 처음에는 춤사위 자체를 감상하기보다 '혹시 컵이 쏟아지지는 않을까', '소반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만 머리 위 소반으로 시선이 향했다. 무희의 몸짓보다 소반의 움직임을 먼저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희의 안정된 호흡과 흔들림 없는 균형감각을 믿게 되었고, 비로소 시선은 소반에서 춤으로 옮겨갔다. 절제된 동작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고, 공연이 이어질수록 감탄을 거듭하며 춤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래도 접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머리에 고정해 두었겠지.' 하는 생각을 끝내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고편에 불과했다.
공연의 진정한 절정은 무희가 무대라는 경계를 허물고 객석으로 스며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이어지는 동작들은 단순히 뛰어난 기예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관객 모두를 춤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이 이어질수록 공연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어느 순간 무희와 관객을 구분하는 경계는 사라졌다. 모두가 함께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하나의 흥을 만들어 가는 그 순간, 공연장은 하나의 거대한 교방이 되었다.
'교방춤'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여러 차례 들어왔지만, 그날 공연을 통해 비로소 '아, 이것이 진정한 교방춤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교만 뛰어난 춤도 아니고, 단순히 아름다운 춤도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허물며, 모두를 하나의 흥으로 묶어 내는 힘이야말로 교방춤의 진수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마지막 순간이었다. 무희의 이마를 따라 한 줄기 와인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의도된 연출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한 순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조차도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작품의 여운을 이어 주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앞으로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다면, 나는 한동안 교방소반춤과 박경랑 선생을 먼저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이번 공연은 강렬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무대였다. 교방춤이 지닌 품격과 흥, 그리고 관객과 하나가 되는 예술의 힘을 온몸으로 보여 준 박경랑 선생께 다시 한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동반 관객의 후기였습니다.